타일 <Tile>


타일 <Tile>

나는 지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중이다.
무심코 앞을 바라본다. 화장실 벽을 장식한 잘 배열된 타일들 중 하나를 들여다본다.
보통 벽에는 규치적인 무늬가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가끔 얼룩이 졌다던가, 독특한 문양으로 장식된 벽을 바라보다보면
'어? 이거 뭔가와 닮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바지의 지퍼를 내린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신호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 문제로 친구와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나와 같은 문제로 공감하고 있었다.
둘의 대화에 끝에 내려진 결론은 섹스의 부재였다.
화장실에서 좀 더 긴 시간을(정말 미묘하게 긴 시간이지만)
보내게 된 시점은 아마도 내가 전에 사귀던 여자와 헤어졌을 때 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나의 전 여자친구와 일정한 주기(일정하다고 하기엔 일정하지 않지만...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를 두고
관계를 가졌는데, 이별 후 부터 이런 증상이 왔으니...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것은 내 친구도 마찬가지고 이런 결론에 도달했으니 나는 비뇨기과에는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 얘기를 하니 또 그 때가 생각난다.
나의 전 여자친구는 그렇게 이쁘진 않았지만 애정표현에 있어선 꽤나 적극적이었고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는 침대에서 좀 더 깊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내가 3년 전 크리스마스 때 그녀에게 했던 약속이 떠오른다.
"우리 매년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함께 하자"
"약속"
그리고 지금 나는 혼자다. 내가 왜 그런 약속을 했을까 후회되는 순간이다.
그 놈의 약속이 마치 족쇄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볼일을 마친 나는 또 다시 다른 생각을 한다.
'어...내가 무슨 생각을 하다가 여기까지 온거지?'

다시 되짚어 뒤로 돌아가본다.
크리스마스->여자친구->섹스->화장실에서의 답답함
'아하!'
혼자만의 궁금증이 풀릴 때면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 물론 잠시지만.
만약 누군가가 나의 이런 우스꽝스런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아마도 저 녀석은 이상한 놈이니 가까이 하지마 라고 소문을 낼지도 모른다.

뭐... 그야 어찌됐든, 가끔 이런식으로 하나의 잡념에서 시작되어 마치 끝말잇기를 하듯이 생각이 이어질 때가 있다.
혹은 벽이나 어떤 물건의 불규칙한 문양을 보다가 무언가가 생각나서
그 것과 관련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던가...
또 이 것은 웹서핑을 하는 도중에도 가끔, 아니 자주 일어난다.
무언가를 검색하려다 옆의 광고라던가 자극적인 제목의 연예부 기사를 보고 그 것에 잠시 푹 빠져
원래의 목적을 망각하고 있는다던가 하는...

어쨌건 내가 크리스마스에 냄새 나는 화장실에서 그녀를 떠올린 것은
절대로 그녀가 그리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절대로.




나는최근무라카미하루키와이토이사케시토가공동으로쓴소울메이트를읽고있는데
이글은그들의글을모방한이꾼의첫작이라볼수도있다.물론허접한표절이다.
그리고이것은크리스마스에내머리속에서쓰였지만게으름이란타임머신을타고현재쓰여졌다.

by Siwoo | 2008/01/02 02:00 | 이꾼이가끄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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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Su at 2008/01/02 10:27
흠..
외로움에 사무치다.
Commented by Siwoo at 2008/01/02 10:29
외로움은 아닌듯
Commented by WWW at 2009/12/05 17:33
언제나 소극적 루저 열등감 덩어리.

넌 최악이였어...................^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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